제목 : 김희섭(64회, 대구 수성구 의원) [기고] 핀란드에서 찾은 ‘강아지 똥’ 등록일 : 2017-04-18    조회: 8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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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핀란드에서 찾은 ‘강아지 똥’

 

얼마 전 구의회에서 북유럽으로 해외연수를 떠났다. 핀란드 헬싱키의 파실라 도서관, 에스토니아 딸린의 시청 그리고 스웨덴 스톡홀름의 시청과 복합문화센터 등을 자세히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여러 곳에서 많은 것들을 듣고 보고 배웠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핀란드 헬싱키의 파실라 시립도서관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파실라 시립도서관은 핀란드로 오는 이민자에 대해 핀란드어뿐만 아니라 도서관 활용법에 대해 교육을 하며, 또한 이곳에는 핀란드어 동아리 2개, 에스토니아어와 스웨덴어 동아리가 각각 1개씩 있으며, 자원봉사자와 직원이 협력해서 이끌어 가고 있었다.

 

자료는 약 40만 개, 약 80개 국가의 책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법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100명 이상의 주민들이 특정 언어의 책을 필요로 하면 그 지방자치단체에서 그 책을 구매해야 한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그러면서 파실라 도서관 내에 한국어 책도 여러 권 있다고 해서 관심을 가지고 책꽂이를 보니 주로 오래된 한국어 책이 40여 권 있었다. 그다음 어린이 코너로 가보니 역시 그러한 한국의 어린이 책이 20여 권 있었다.

그런데 그때 한 권의 책이 내 눈을 번쩍 뜨이게 했다.

권정생 선생의 ‘강아지 똥’이라는 책이었다. ‘강아지 똥’이라는 책을 발견하는 순간, 감동과 함께 ‘이 책을 핀란드어로 번역하여 파실라 도서관에 비치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권정생 선생의 ‘강아지 똥’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처럼 여겨지는 강아지 똥도 민들레꽃을 피워내는 데 소중한 거름이 된다는 이야기를 통해 생명과 자연의 가치를 가르쳐 준다.

마찬가지로 ‘강아지 똥’은 자기 자신을 세상에 쓸모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던 사람도 자신의 존재 가치를 발견할 때 자기를 사랑하게 되고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 준다.

핀란드의 학부모들과 어린이들이 핀란드어로 번역된 권정생 선생의 ‘강아지 똥’을 통해 자연을 사랑하고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한국인의 문학적`철학적 관점을 일부라도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프랑스, 영국, 독일 등의 유럽 여러 나라들과 달리 북유럽의 핀란드는 아직도 한국 대중문화의 불모지로 여겨지는데 그런 핀란드의 헬싱키에서 2016년 10월, 열흘 정도 대규모로 한류축제가 열려 우리의 전통 아리랑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공연을 비롯해 한국의 국악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연주하는 국악그룹 ‘공명’의 공연이 있었다.

관객들은 처음 보는 한국의 가락과 장단 그리고 새로운 악기에 많은 호기심과 박수갈채를 보냈으며, 인구 약 60만 명의 도시에서 1천200명 정도의 관객이 참여해 한류 문화의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는 평가도 받았다고 한다.

이러한 한류 문화와 함께 자연과 인간을 함께 소중히 여기는 우리 문학의 한 부분인 어린이 그림책을 북유럽에 알리는 것은 금상첨화라고 판단한다.

핀란드 옆에 위치한 북유럽의 대표적인 국가라고 할 수 있는 스웨덴은 복지와 교육정책 등 다양한 부문에서 앞서가는 나라이다. 스웨덴의 스톡홀름은 노벨상 수상자 또는 단체를 결정하는 스웨덴 한림원이 있는 곳이다.

그런 스톡홀름뿐만 아니라 스웨덴의 여러 도서관에도 스웨덴어로 번역된 권정생 선생의 ‘강아지 똥’을 비치해 놓으면 우리나라도 노벨문학상을 받을 날이 앞당겨지지 않을까 기대하는 것은 너무 앞서가는 상상일까?

북유럽의 도서관마다 권정생 선생의 ‘강아지 똥’을 그 나라의 글로 번역하여 비치하면, 북유럽 사람들이 이를 읽고 한국인의 문학적`철학적 관점을 알게 될 것이고, 이는 노벨문학상을 받는 것보다 대한민국의 영광과 명예가 더 높아지는 것이 아닐까!

김희섭 대구 수성구의원 
매일신문  2017년 04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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